[정치자금 겉과 속] 역시 ‘親李 좌장’ 이재오… 의원들, 후원금 몰아주기

입력 2011-09-25 17:03


정치자금으로 본 국회의원 인맥지도는 계파(系派)와 지역색을 강하게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계파별 중심축이 두드러진 반면 민주당은 구심점 없이 지역별로 그룹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나라당 내 후원금 네트워크에는 친이(이명박)계 의원들이 두드러졌다. 좌장격인 이재오(서을 은평을) 의원이 지난해 7·28 재보궐선거에 출마, 당선돼 정계복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친이계의 입’이라 불리는 장광근(서울 동대문갑) 의원은 당시 이 후보 후원회에 500만원을 냈다. 300만원씩 이 후보에게 후원한 이윤성(인천 남동갑)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 의원과 100만원을 낸 이춘식(비례대표) 의원 등도 모두 친이계로 분류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7월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강승규(서울 마포갑), 권택기(서울 광진갑)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에게 고루 후원금을 나눠줬다.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은 국회교통안전포럼을 같이 이끈 인연으로 임 실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초선의원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김성식(서울 관악갑) 의원의 경우 지난해 13명의 동료 의원들로부터 372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그를 후원한 이들은 전재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이다. 김 의원 측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초선 쇄신파 몫으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자 기탁금 내는 데 보태라고 후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3%대 저조한 득표율로 당 지도부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해당 의원들과의 친분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화 현상을 보였다. 충북에 지역구를 둔 홍재형(충북 청주상당) 오제세(충북 청주흥덕갑) 정범구(충북 증평·진천·괴산) 의원 등은 당시 이시종 충북도지사 후보에게 선거를 앞두고 후원금을 몰아줬고,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에게 후원금을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이 당선되면 아무래도 활동하기 편한 것도 있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기호를 미리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훈 사이람 네트워크분석연구소장은 “후원금을 주고받는 관계는 일상적인 친분보다 강한 인맥을 의미한다”며 “이번 네트워크 분석은 국회의원 간 인맥을 적극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시도”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국회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는 정치인 사이의 후원내역이 들어 있다. 이를 토대로 관계망을 그려봤다. 후원금을 주고받은 의원의 관계를 점과 선으로 재구성해 시각화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만든 데이터로 소셜네트워크분석(SNA) 전문기업인 사이람(대표 김기훈)의 넷마이너(NetMiner)로 분석했다. 사이람은 미국 CIA 등 주요국 정보기관을 기업고객으로 두고 있을 만큼 SNA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기업이다. 18대 국회의원 전원(재보궐 당선 포함 302명)을 분석대상으로 했지만 일부 내역은 선관위측이 “(의원 개인의 돈이 아닌 후원금을 쓰더라도) 연간 300만원 이하 후원금 지출내역은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이상한 규정을 내세워 삭제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