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나홀로 행보 부쩍… ‘친박계 넘어서기’ 시동?

입력 2011-09-25 15:20


정치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부쩍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재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행복지표’ 도입을 촉구하는 등 연일 박근혜표 정책 구상을 풀어놓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5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국감에 대한 소회를 올리며 직접 소통에도 나섰다. 그는 “그동안 생각해 온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 재정, 조세, 고용, 복지 등을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를 국감에서 짚어보고 있다”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느 한 부처, 어느 하나의 정책만으로는 풀 수 없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본인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얘기한다. 지난 23일엔 자신이 공들여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전 대표는 “복지 확장기에 접어든 만큼 복지 관련 기본 패러다임이 조속히 확정돼 그 틀에 맞게 정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 일정상 자동 폐기될 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와 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복지와 경제 등 핵심 정책 분야에 대해 교수, 해당 부처 전직 고위 인사, 현장 실무진의 목소리까지 두루 청취하며 입장을 정리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나홀로’ 행보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자주 혼자 다닌다. 지난달 30일 사진작가의 전시전도, 인천의 고용센터도 의원들 없이 혼자 찾았다. 지난 16일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또 9일엔 같은 당 김성조 의원이 주최한 장애인 복지 토론회를 찾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앞두고 ‘친박’이란 계파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걸음을 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친박계 의원들을 따로 모아 의견을 구하고 지침을 내리는 식의 계파정치를 해오지 않았다”면서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친이, 친박이니 이런 소리가 이제 나와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 대목이 당시엔 주목받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로선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이라고 말했다. 당시 발언이 박 전 대표로서는 최선의 탈계파 선언이란 것이다.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10·26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고 했지만 이런 연장선상에서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등 전국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부산 동구청장은 친이계 정의화 국회부의장의 지역구로, 야권연대의 바람을 막기 위해 당 지도부가 총력 지원을 선언한 곳이다.

한편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는 24일 대구 팔공산에서 열린 ‘청산회’ 산행대회에서 “박 전 대표는 국민의 희망으로서 당당하게 나서 대민 접촉을 강화하고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직접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