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들 ‘치전원 엑소더스’ 가속

입력 2011-09-25 18:14


서울대 치의학 전문대학원 신입생의 절반가량이 공과대학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 기피’ 현상의 또 다른 단면이다.

서울대가 2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서울대 의·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학부전공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치전원) 입학생 총 90명 중 40명(44.4%)이 공학을 전공한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47명(52.2%)이, 2009년에는 42명(46.7%)의 공대 졸업생들이 치전원에 들어갔다.

반면 치전원 입시에 유리한 생명·생물 전공자는 올해 31명(34.4%), 2010년 22명(24.4%), 2009년 29명(32.2%)으로 공대 졸업생보다 적었다.

공대 졸업생들이 치전원에 몰리는 이유는 전자·전기·건설 회사보다 치과 의사가 보수나 정년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훨씬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입시 전문 학원장은 “명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했는데도 치전원에 가겠다고 퇴사하고 학원에 등록한 졸업생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공대를 졸업하고 올해부터 치전원 준비를 시작한 이모(27)씨는 “전공을 살려 취직하는 것보다 치과 의사가 되는 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낫고 의학 전문대학원보다 공부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아 치전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서울대 치대 최순철 학장은 “치전원 입학이나 이후 공부하는 동안 공대 졸업생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며 “그럼에도 공대생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공대의 인재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대입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공대를 기피하고 의대나 치대를 가는 현실에서 공대 졸업생까지 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치전원과 달리 의학 전문대학원(의전원)은 생명·생물 전공자들이 많았다. 올해 서울대 의전원 입학생 총 68명 중 생명·생물 전공자는 48명으로 70.5%를 차지했다. 지난해 45명(66.1%), 2009년 39명(57.3%)의 생명·생물 전공자들이 의전원에 입학했다. 의전원에 입학한 공대 졸업생들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각 10명으로 14.7%를 차지했다. 치전원 입학생보다는 크게 낮은 수치다.

서울대 의대의 임정기 학장은 “과거에는 자연과학도가 의전원을 처음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의전원을 생각하고 생명 등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와 같이 의전원과 의대를 병행한 학교 12곳 중 동국대 1곳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 모두 2015년부터 의전원을 폐지하고 의대로 복귀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