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지속… 물가채가 다시 뜬다

입력 2011-09-25 18:16


삼성증권은 최근 판매액 2000억원을 돌파한 자산관리서비스 ‘골든에그어카운트’가 여러 가지 금융상품 중 ‘물가연동채권(물가채)’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물가채는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행하는 국채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물가가 오른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물가채는 표면금리가 1.5∼2.75%로 고정돼 있지만, 원금이 물가상승률만큼 커지는 구조라서 은행의 일반 금리보다 이율이 대체로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로 집계되며 8개월 연속 4%를 상회하자 채권시장에서는 물가채에 대한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3∼5월 물가채를 발행하지 않았던 재정부는 6월부터 발행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물가채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재정부가 2007년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10년 만기 물가채를 발행했는데, 올해 6월부터 발행된 물량에 대해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의 통계를 보면 올 6월부터 발행된 물가채 ‘물가0150-2160’의 경우 지난 21일 기준으로 개인은 전체 발행량인 4450억원 중 58.8%인 261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의 물가채 보유 비중은 2007년에 7.5%, 지난해에는 13.3%에 불과했다.

동양증권 박형민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며 “최근 증권사에서 일반 리테일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물가채를 많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채권혼합형 펀드들이 물가채를 많이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PCA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물가따라잡기증권투자신탁’, 현대인베스트가 운용하는 ‘현대글로벌인플레이션연계채권’ 펀드는 연초 이후 3.8∼5.2%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물가채 투자에 관심을 갖는 거액 개인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한 VVIP 증권사 영업점의 PB는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물가채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물가채는 예금과 달리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도에 시가로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예금보다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물가채 발행이 적은 데다 유통이 부진해 고급 정보를 가진 일부 부자들만 물가채의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물가채는 한번 매입한 이들이 ‘물가는 어떻게든 오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장기 보유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거래량이 적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나눠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물가채의 거래 부진을 막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재정부는 지난달 국채전문딜러(PD)들에게 물가채 시장조성 의무를 신설하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장기 보유 자체가 채권의 발행 취지이기도 하지만,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