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공포] 한국경제, 지표상으론 2008년보다 심각하다
입력 2011-09-25 18:06
한국 금융시장의 각종 경제지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은 최근 대형 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프랑스보다도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 코스피지수, 채권의 동향이 모두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보다 높은 부도 위험=25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3일 뉴욕시장에서 202bp(1bp=0.01%)를 기록, 은행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재정위기 홍역을 치르고 있는 프랑스의 197bp를 5bp 웃돌았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19일부터 5거래일째 연일 상승세였으며 22일(205bp)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달 이후 처음 프랑스(202bp)를 추월했다.
그간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프랑스보다 줄곧 20∼30bp 낮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보다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는 이미 반영된 유럽의 재정위기 리스크가 우리나라에 이제 적용되기 시작, 대외 변수에 의해 취약한 우리 경제의 약점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분석부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봤던 것처럼 여전히 한국 금융시장이 위험자산의 한복판에 위치하면서 글로벌 위기에 속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환율과 주가 출렁임, 리먼 때보다 심하다=이달 들어 23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04.75원 올랐다. 리먼 사태가 발생한 2008년 9월 한 달간의 상승폭(91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3년 전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 하락세도 2008년보다 두드러진다. 코스피지수는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한 직후인 2008년 9월 16일 하루 만에 90.17포인트나 빠지며 급락했지만 9월 한 달 전체로 보면 오히려 33.63포인트 올랐다. 반면 23일 코스피는 1일보다 무려 183.26포인트 폭락했다.
연중 고점 대비 위기 당시 하락폭을 비교해도 코스피지수의 하락세는 2008년을 능가한다. 2008년 당시 코스피지수는 5월 16일 1899.57에서 9월 16일 1397.42로 26.4%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일 2172.31에서 지난 23일 현재 1697.44를 기록, 한 달여 만에 21.9% 떨어졌다.
최근 장기채권의 금리 수준은 리먼 위기 당시보다 훨씬 낮다. 장기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률이 그만큼 악화한다는 뜻이다. 추석연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4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40%까지 내려 6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부장은 “채권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우리의 외환보유액으로 달러 유동성 부족을 막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