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욕 그리운 계절… 부곡 하와이로 “풍덩”
입력 2011-09-25 17:29
온천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고 산하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심신의 피로를 풀어줄 뜨끈뜨끈한 온천이 그리워진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국민일보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와 대한온천학회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올해는 경남 창녕 부곡온천에서 열린다. 온천대축제가 열리는 28일부터 5일 동안 부곡온천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되고, 유성온천을 비롯한 전국 온천에서는 입장료 할인 행사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는 부곡온천은 풍수지리적으로 가마솥 형상에 속한다. 북쪽의 덕암산과 종암산을 중심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가 가마솥처럼 생겨 펄펄 끓는 온천수가 솟아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부곡온천의 발견 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동국여지승람 영산현조에 ‘온천이 현의 동남쪽 17리에 있었으나 지금은 폐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마을에 옴샘이라고 불리는 뜨거운 물이 솟는 우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의 옴환자와 나병환자들이 몰려들어 치료를 하였다”는 옛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현재의 온천은 1972년 굴착을 통해 발견됐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1980년대에 부곡온천은 신혼여행지로 이름 높았다. 대구 부산 등 대도시와 가까운데다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나 볼 수 있던 고급스런 분위기의 관광호텔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곡온천을 대표하는 부곡하와이는 온천장은 물론 수영장과 놀이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로 요즘도 여름철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부곡온천이 한국을 대표하는 온천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평균 섭씨 78도에 이르는 온천수가 하루 6000t이나 솟아나기 때문이다. 보일러로 물을 데워 사용할 정도로 수온이 낮은 온천이 있는 반면 부곡온천의 온천수는 오히려 식혀 사용할 정도로 뜨겁다. 실제로 부곡온천의 온천장에는 물을 데우는 보일러 굴뚝 대신 물을 식히는 냉각탑들이 옥상을 수놓고 있다. 겨울에는 온천수의 열을 이용해 난방을 할 정도.
재미있게도 부곡온천에는 백두산 장백폭포 온천처럼 계란 익히는 체험장이 설치돼 있다. 지하 300m에서 뽑아 올린 펄펄 끓는 온천수에 계란을 한 시간쯤 넣어두면 노른자는 익고 흰자는 반숙이 돼 먹기에 좋다. 창녕군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분수공원과 한울공원에서 펼쳐지는 라이브공연 때 관람객들에게 온천계란 2000여개를 무료로 나눠준다.
부곡온천의 분수공원과 한울공원에는 족욕체험장도 설치돼 있다. 토요일(겨울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가동되는 족욕체험장은 한겨울에도 선뜻 발을 담그기가 힘들 정도로 뜨겁다. 특히 가을에는 덕암산과 종암산 산행객들이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족욕체험장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부곡온천은 여느 온천과 달리 집집마다 온천공을 보유해 성분과 수온이 조금씩 다른 게 특징. 유황 냄새가 물씬 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비누로 칠한 듯 몸이 미끈미끈해진다. 알칼리 환원수인 부곡온천수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피부노화 방지와 피부미용 효과가 탁월한 편.
잘나가던 부곡온천도 한때 위기가 있었다. 부곡온천은 낙동강 물을 섞어 쓴다거나 데워 사용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던 것. 임채술 부곡온천관광협의회장은 “온천수가 뜨거워 식혀 사용하는데 데운다는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온천대축제 때 헛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온천수 굴착 시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부곡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온천대축제를 앞두고 거리를 정비했다”며 “지속적인 시설 리모델링으로 옛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제18회 부곡온천축제를 겸한 ‘2011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는 여느 해보다 알차게 꾸며졌다. 축제 첫날에는 부곡온천수의 영구분출과 부곡온천관광지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온천수취수제 및 온정제를 시작으로 식전행사인 신라천년예술단 공연에 이어 개막식, 불꽃쇼, 초청가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초청가수는 남궁옥분, 해바라기, 전영록, 노고지리, 둘다섯, 현숙, 김수희, 추가열 등.
둘째 날부터는 전국실버체조경연대회, 전유성과 함께하는 폭소 클래식콘서트, 트로트페스티벌, 전국온천가요제, 각설이명인전, 창녕향토특색음식 경연대회, 온천국악대전, 온천수 굴착시연, 온천수 빨리 식히기 대회, 온천수에 계란 익히기, 족욕체험 등으로 다채로운 이벤트와 볼거리가 쉼 없이 진행된다.
이밖에 달걀 꾸러미 만들기, 바람개비 만들기, 나무피리 만들기, 대나무물총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투호 던지기, 제기 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 등이 진행된다.
창녕=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