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태피스트리 작가 정정희씨 개인전, 씨실과 날실로 짜내려간 독특한 색채와 공간

입력 2011-09-25 17:22


‘실로 짠 회화’라는 뜻을 지닌 태피스트리(Tapestry)는 다양한 색상의 씨실과 날실로 한 올 한 올 짜내는 섬유예술 작품이다. 독특한 형태와 색채로 ‘직조된 섬유조각’을 선보이는 정정희(81)씨는 한국 1세대 태피스트리 작가다.

여고 시절 그림을 배우다 서울대 조소과에 진학해 스승인 김종영으로부터 조각을 공부한 작가는 1957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젊은 여인’이 특선을 차지하면서 조각가로서의 재능을 확인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작업을 계속하지 못했다.

그러다 국내 최초의 디자인 진흥기관이었던 한국공예시범소가 진행한 1960년 외국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섬유예술 분야의 대가인 미국 필라델피아 뮤지엄 미술대학의 잭 라르센 교수를 만났다. 당시 그는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하고 느끼며 섬유예술에 눈을 떴다.

50여년간 태피스트리에 매진해온 그의 개인전이 10월 20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에서 열린다. 조각을 공부한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단순히 씨실과 날실을 일정한 규격으로 교차시켜 무늬를 짜 넣는 직조 작품과는 달리 조각의 분위기를 풍긴다.

‘즐거운 추억’ ‘날고 싶은 마음’ ‘어느 날 오후’ ‘가을을 보내며’ 등 화려한 색상의 실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천을 짠 작품들이 독특한 질감과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색채감과 공간감을 살린 그의 작품은 김종영 조각의 이미지도 엿보인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식지 않는 열정을 자랑하는 작가는 “스승의 예술혼이 담긴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실로 만드는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많이들 구경하러 오시라”고 권했다(02-3217-6484).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