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멀티플렉스타운 ‘마리나 베이 샌즈’를 가다… 예술, 쇼핑, 휴양이 어우러진 환상적 명소

입력 2011-09-25 17:22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쾌적한 시설의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하고, 앞이 확 트인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최고급 객석이 갖춰진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마리나 베이 샌즈는 한 공간에서 비즈니스,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타운이다.

쌍용건설 시공으로 지난해 4월 오픈한 베이 샌즈는 55층짜리 3개동의 초호화 호텔, 첨단 컨벤션 센터와 전시 시설, 뮤지컬 극장, 명품 쇼핑가, 수영장을 구비한 옥상 스카이파크 등으로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과 관광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베이 샌즈 측이 최근 마련한 아시아 6개국 초청 미디어투어에 참가했다. 이스라엘 건축가 모셰 샤디프가 디자인한 이 건물에는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이 즐비했다.

호텔 리셉션에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솔 르윗의 벽화가 설치돼 볼거리를 제공하고, 천장에는 영국의 설치작가 안토니 곰리가 1만60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씨앗 모양의 대형 조각이 매달려 건물에 무게중심을 부여했다. 호텔과 쇼핑몰의 연결 통로에 들어선 화랑 가운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갤러리에 ‘동구리’로 유명한 권기수의 작품이 걸려 반가웠다.

1, 2층 통틀어 3000여 객석을 갖춘 뮤지컬 극장 샌즈에서는 지난 3월부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언 킹’이 공연 중이다.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익살스런 표정 연기, 화려한 무대장치와 엘튼 존의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는 ‘라이언 킹’의 싱가포르 상륙 성공은 현지 관객의 입맛에 맞춘 연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 모양의 외관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3층 규모의 예술과학박물관에서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달리의 대표작인 ‘늘어진 시계’ 등 회화부터 조각까지 그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손짓했다. 관람 동선도 시기별로 순차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설명과 함께 꾸몄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1100년 전 당나라 때 난파된 중국 보물선의 유물을 전시하는 코너는 6만여점의 각종 보물을 파도 소리 등 음향과 함께 선보여 실감나게 했다. 이곳에서는 다음 달 29일부터 타이타닉 침몰(1912) 100년을 앞두고 선박 유물 275점을 공개하는 전시가 예정돼 관심을 모은다. 톰 잴러 박물관장은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 관람객들이 감동을 느끼는 체험형 전시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품 거리 한쪽에 들어선 루이비통 지점은 독립된 하나의 섬처럼 조성됐다. 개관 기념으로 이곳에서 열리는 ‘아일랜드’ 전에는 붉은 산수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세현 작가의 작품도 출품돼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국내에서도 각종 리조트가 속속 건설되고 있지만 문화공간을 겸비한 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베이 샌즈는 예술과 쇼핑과 휴양이 어우러진 명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