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1㎝ 이상 커졌으면 서둘러야

입력 2011-09-25 17:18


모 증권회사 영업부 김모(53)씨는 최근 갑상선암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는 1년 전 0.5∼1㎝ 정도 크기의 결절(혹)이 왼쪽 갑상선에 있고, 암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뒤 더 커지지 않는지 계속 관찰해왔다.

김씨는 종합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갑상선의 혹이 조직검사 결과 암인 것으로 최종 확진됐지만 곧바로 수술을 못했다. 갑상선암은 잘 자라지 않는 암이라는 말을 들은 데다 목에 칼을 댄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 후 추적관찰 중 암을 목에 달고 지낸다는 스트레스가 수술에 따른 부담보다 더 커서 크기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결국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암 진단을 받고도 선뜻 수술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진행 속도가 느려서 속칭 착한 암, 거북이 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순하다고 해도 암은 암인데 그냥 놔둬도 괜찮은 것일까.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조보연 교수는 “갑상선암의 경우 누구는 수술을 해야 하고 누구는 안 해도 되는지, 겉만 봐서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암의 크기밖에 없다”며 “암이 확실한 경우 종류와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수술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갑상선학회가 제시하는 갑상선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은 직경 0.5㎝(조직검사)∼1㎝(수술) 이상 크기다.

학회는 진료 현장 의사들에게 5㎜ 이하의 혹에 대해서는 암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갑상선에 생긴 혹이 5㎜ 이하이면 비록 그것이 암이라고 하더라도 세침흡인검사(조직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행위를 안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5㎜ 이하의 혹은 손으로 만져서 발견하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여서 조직검사를 하다가 그 혹을 뭉개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교수는 “만약 조직검사 중 뭉개진 혹이 암이라면 그나마 눈에 띄던 암의 꼬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갑상선외과 정웅윤 교수는 “1㎝ 이하 갑상선암을 미세암이라 하는데, 미세암은 전신 전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크기에 관계없이 뜻밖의 전이를 막기 위해 즉시 추가 검사 및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초음파 검사 시 주변에 악성으로 보이는 림프절이 있을 때와 여포성암 등과 같이 전이 가능성이 높은 암 종류로 밝혀졌을 때다. 이때는 크기가 아주 작은 1㎝ 이하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은 세포 유형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림프종, 역형성암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역형성암이 가장 고약하고, 유두암이 가장 순하다. 역형성암의 경우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고 처음 진단 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도 잘 듣지 않는다. 때문에 수술 후 예후가 매우 나쁘고, 진단 후 1년 내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이 공격적인 역형성암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나타나며, 착한 암이라 할 수 있는 유두암이 갑상선암 중 95% 이상을 차지한다. 유두암은 천천히 진행되고 수술 후 예후도 좋은 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