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문영환] 停電대란이 남긴 교훈
입력 2011-09-25 17:40
최근 값싸고 품질 좋던 전기가 예고도 없이 전국적으로 끊겼다. 자연재해 없이 발생된 것이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감장에서도 전력산업 관계기관 간에 정전 원인과 책임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전력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정전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번과 같이 대규모 정전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발전력이 부족한 경우와 전력수송망이 부족한 경우다.
대규모 정전사태 또 올 수도
먼저 발전 공급량이 전력수요보다 부족한 경우를 보자. 전력계통은 전기를 매 순간 발전기로 생산, 송배전망을 통해 수용가에 공급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매 순간 전력수요와 발전이 균형을 이루도록 각 발전소에서는 전력을 제어해 공급하는데 만일 그 균형이 무너지면 전기품질 즉, 주파수와 전압이 정한 기술기준을 벗어나게 된다. 이번과 같이 발전 공급력 부족이 지속되면 발전기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돼 주파수는 60Hz 이하로 내려가게 된다. 주파수가 점점 떨어지면 산업체의 생산차질은 물론 설비 자체의 손상도 우려된다. 따라서 발전 여력이 없는 비상상황에서는 마지막 수단으로 전기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순서대로 차단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전력계통 상황을 감시 제어하는 역할을 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다.
둘째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가 충분할지라도 전력을 유통시키는 송배전망이 불충분할 경우다. 이 경우 평상시 운전에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낙뢰 태풍 등으로 송전망이 불시 정지됐음에도 대응조치가 적정하지 못하면 설비의 과부하와 보호차단으로 연쇄 정전이 발생해 광역으로 정전이 파급될 수 있다. 2003년 북미와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대정전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정전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 발전기와 송전망은 계획단계에서부터 100% 무정전이 되도록 설계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관례다. 다수의 송배전 설비가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어 무한정 대책을 세우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따라서 전력계통 설비, 즉 계획단계에서부터 필요성과 투자 합리성을 고려하는데 이 단계에서 전기공급지장이 발생하는 확률을 통상 연간 12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나타나는 정전시간은 차이가 있는데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당 정전시간은 연간 13분으로 세계에서도 매우 우수하다. 정전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실제 운영단계에서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고도의 전문기술이다.
향후 전력산업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기후변화와 경제동향 그리고 환경정책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요예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장기간의 건설기간과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발전소와 송전망을 적정수준으로 건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세계적인 저탄소 환경규제도 전력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전력공급 비용의 증가는 물론 신뢰도가 저하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재난방지 시스템 재정비해야
정전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전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합리적인 전력설비의 확보와 장단기 수요예측기능과 감시제어기술의 향상 그리고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사회적 재난방지 시스템을 온전히 갖추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이를 위해 전력 관련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관리협조 체계를 강화시키고 일반 가정과 산업체에서 소비되는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또한 전력공급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문적인 상설 독립기구를 둬 전력공급의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문영환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 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