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영의 딸’ 구출 위해 교계 힘 모으자
입력 2011-09-25 17:35
빛바랜 사진 속에 세 모녀가 앉아 있다. 10년 전에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찍은 ‘통영의 딸’ 신숙자씨와 두 딸이다. 사진은 신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가 1991년 ‘다시 북으로 넘어오라’는 가족 육성이 담긴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받았다. 오 박사의 멘토나 다름없던 작곡가 윤이상은 이 사진을 오 박사에게 전하면서 북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이 오버랩되는 사진이다.
사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오길남은 파독 간호사 신숙자씨와 결혼 한 후 조국 통일에 기여하겠다며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그러나 북한의 실상을 보고는 곧바로 무모한 선택임을 깨달았다.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대남방송을 하다가 1986년 젊은 학자를 월북시키라는 지령을 받고 독일로 나온 길에 탈출을 감행한다. 남은 가족은 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이들은 가혹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북측이 요구하는 ‘충성 서약’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을 듣고 분연히 일어선 사람은 통영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신씨가 통영 출신임을 알고는 ‘통영의 딸’ 석방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통영의 얼굴로 부각된 윤이상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통영현대교회 방수열 목사는 시민들의 숭고한 뜻을 이루기 위해 석방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선 곳이 한국교회다. 한국교회언론회를 비롯해 한국장로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도움을 약속했다. 인권보호를 위해 교회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많은 기독인의 호응이 기대된다.
다행히 신씨와 두 딸이 평양 인근에 생존해 있다고 한다. 남은 것은 교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그들의 송환을 이뤄내는 일이다. 한 가족의 불행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연대다. 오 박사 가족을 데려간 것은 북한이지만 데려오는 것은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