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전시적 행정과 타당성 분석

입력 2011-09-25 17:34


지자체가 필요예산 중 얼마를 자신의 능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재정자립도이다. 2011년 예산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9%로서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닌데 이마저도 최근 3년간 계속 떨어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격차도 상당하여 순계기준 재정자립도가 서울과 같이 90%가 넘는 경우부터 한자리수에 불과한 곳까지 다양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지자체들의 전시적 행정은 점점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11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의하면 지자체가 건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휴양소, 휴양림, 수련원, 유스호스텔, 야영장 등 휴양시설 가운데 연간 방문자가 1만 명 미만인 곳이 16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억 혹은 수백억 원씩 들였을 사업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루 입장객이 12명에 불과한 200억짜리 테마파크, 850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 되어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250억 원을 들여 철거해야 하는 모노레일 등 정도가 더 심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자체장들이 업적을 도드라지게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의 하나는 무엇인가 그럴듯한 시설을 완공해서 축하 팡파르와 함께 테이프를 자르고 이를 널리 홍보하는 일이다. 이 사업은 수익성이 없어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겠지만 내가 빛나기 위해 꼭 해야겠다고 말할 지자체장은 있을 수 없다. 지역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 사업을 했을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특정 사업에 대해 확신을 가졌을 리 없다.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

지만 경제성을 잘못 판단하는 빌미를 준 다양한 계산결과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지역개발을 위해 특정 사업을 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작성된 검토보고서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입지계획, 건축, 교통, 환경 등 다양한 측면의 분석과 함께 거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계산된 비용편익 분석도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장식물처럼 포함된다.

어떤 일을 할 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인지는 들인 돈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특정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선 그 사업의 비용과 편익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용은 사업비가 얼마인지를 의미하므로 정확하게 계산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편익의 계산에서 발생한다.

편익을 계산하는 매우 정교한 방법들이 있으며 이를 국가 전체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문제는 동일한 방법을 추호의 고민도 없이 특정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발생한다. 예들 들어 1000억 원을 들여 호텔을 지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를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이 정확하다고 이를 특정 지역에 무차별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만일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강남에 1000억 원을 들여 호텔을 지을 때 얻는 편익과 인적도 드물고 풍광도 형편없는 어느 외진 지역에 1000억원을 들여 지은 호텔의 편익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시적 행정이 초래하는 낭비는 특정 사업에 투입된 돈 낭비만이 아니다. 그 돈을 다른 데 이용해 더 나은 발전을 이룩할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것이 더 큰 비용이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지역, 특정 사업의 편익을 지역 특성을 감안하여 정교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게 하는 것이다. 타당성 분석을 기계적인 장식품으로 여기는 현실은 타당성분석 실명제라도 실시해서 반드시 없애야 할 최우선과제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