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향응 부인 박영준 전 차관에 “나를 고소고발 하라”

입력 2011-09-25 22:04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은 25일 일본 출장 당시 이 회장 측으로부터 접대 받은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언론에 얘기하지 말고, 고소고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서울 신사동 SLS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해서도 법인카드 제공 등의 자료를 조만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부당한 워크아웃 추진으로 SLS그룹이 억울하게 해체됐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선주들이 배 취소 요구를 안 했는데 산은에서 먼저 배 26척을 취소했다”며 “원가 투입된 것이 자재대 3200억원, 인건비 등 1000억원 이상인데 그걸 고철로 다 처리하고 흔적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신 전 차관 등 현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 회장을 이번 주 중 재차 소환해 관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물을 제출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주장한 대로 SLS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권 고위인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검찰에 소환돼 수년간 10억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신 전 차관뿐만 아니라 박 전 차관 등 현 정부 관련 인사들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현금 상품권 차량 법인카드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으며 박 전 차관에게는 국무총리 차장 시절 SLS그룹 일본 법인을 통해 5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출할 물증을 받아본 뒤 대가성 등 법률적 검토를 거쳐 신 전 차관 등에 대한 소환 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이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서 일할 때부터 2010년 문화부 차관 재직 때까지 월 1500만원 이상의 현금과 법인카드를 받아갔다고 이 회장이 주장한 만큼 남아 있는 법인카드의 사용기록을 추적하면 이 주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시된 자료를 가지고 판단해 봐야 한다. 지금으로선 누구를 언제 소환한다고 말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또 SLS조선의 워크아웃 과정 속에서 산업은행이 선주들의 취소 의사가 없었는데도 26척의 선박건조 계약을 왜 취소했는지,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수출보험공사 등 금융당국 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