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개방 1호’ 금강 세종보 현장 르포 “생각보다 소규모 생태계 파괴 최소화 기대”

입력 2011-09-25 17:57


‘상전벽해’. 지난 24일 오후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에서 열린 ‘금강 새물결 세종보 개방’ 행사장에서 만난 이종익(64·연기군 남면)씨는 세종보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이렇게 완공된 모습을 보니 기쁘다. 상전벽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전국 16개 보 가운데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된 세종보. 2009년 5월 착공 이후 2년4개월 만에 완공됐다. 온 나라가 갈등에 휩싸일 정도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세종보 모습은 생각보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이모(56·연기군 조치원읍)씨는 “세종보가 웅장할 걸로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소규모 댐 형식”이라며 “생태계 파괴나 자연환경 훼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보는 총연장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에 높이 2.8∼4m의 친환경 보. 퇴적물과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가동보는 개량형 전도식 게이트 형식으로 돼 있었다. 특이한 모습이었다. 완전히 물을 차단한 상태에서 만수위가 될 경우 경사 60도를 유지한다. 홍수 시에는 경사가 0도로 내려와 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에 범람을 예방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가동보 밑에 5㎝의 공간을 만들어 이곳으로 퇴적물을 흘려보낸다.

가동보 옆엔 세종시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14개 한글 자음과 측우기를 형상화한 고정보가 연결됐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돼 야간에 경관을 연출하게 된다. 세종보 북쪽에 위치한 소수력발전소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인구 1만1000여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발전용량 1200만㎾h 규모의 발전소다.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가동 중이다.

세종보 남쪽에 위치한 자연수로형 어도도 관심거리였다. 세종보와 달리 별도의 일반 물길이어서 고기들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갈수기에도 일정량의 물이 흐르도록 설계돼 어류의 이동을 돕고 있다. ‘보 건설이 어류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과 미호천을 따라 뻗어 있는 총 30㎞의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명품이었다. 세종시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서울의 한강 둔치를 버금가는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세종보에서 산책로를 따라 30분가량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금강과 미호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조성된 합강공원이 나타난다. 공원 내 팔각정인 합강정에서 바라보니 금강과 미호천의 수려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금강 하류 쪽 80만㎡에 이르는 자연습지는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미호천 상류 1.5㎞ 지점에는 40만㎡의 인공습지는 버드나무와 갯버들, 왕벚나무, 갈대, 노랑꽃창포 등과 같은 식물이 심어져 있다. 미호천 습지에는 4개의 관찰테크가 설치돼 습지를 근접해서 볼 수 있다. 세종보의 가동으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항상 습지에 물이 차올라 있도록 돼 있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합강공원과 미호천 인공습지 인근에는 자동차 11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토캠핑장도 들어섰다. 10만㎡ 규모다. 마리나 시설은 세종보 인근에 1개 등 세종지구 남과 북쪽 강변에 각각 2개씩 설치됐다. 개소당 6척의 배를 접안할 수 있다. 수위에 따라 움직이는 부잔교식이어서 강우 시에도 안전한 게 특징이다.

합강정에서 만난 김경은(50·여·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습지 등 세종지구 시설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기대 이상이었다”며 “생태·환경 체험의 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기=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