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철희 (1) 예순 넘어 얻은 사명 “준비된 시니어를 훈련시켜라”

입력 2011-09-25 17:37


2009년 10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내가 속해 있는 WEC국제선교회의 아시아지역 총회가 개최됐다. 몸과 마음이 많이 피곤했다. 기도 시간 중이었는데 갑자기 마음에서 한 음성이 들렸다. “나는 아직도 너를 훈련시키고 있다.”

깜짝 놀란 나는 기도했다. “훈련이라뇨? 아니 60이 넘은 나이에 무슨 훈련인가요? 그리고 선교 단체 본부장을 한 번 했으면 됐지 또 무슨 일이 있어서 훈련 중이라고 하십니까?”

어떤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주님은 그렇게 내게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어렴풋한 여운으로 남기셨다. 2년 후인 올 3월, 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 본부장 이·취임식이 열리는 시간. 나는 그날 조금 앞선 시간에 시니어선교한국 제3회 선교대회 실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발대식에 참여했다. 단 하루 차이도 없이 나의 사역 활동이 옮겨진 날이었다. 주님의 계획은 마침표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마치 쉼표만 찍고 다음 일을 시작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오래전부터 시니어 선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50대 중반에 시니어 선교사로 일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 내게 말을 했다.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왜 그리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말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사실 한국교회 안에는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해 쓰임 받을 수 있는 시니어 자원이 풍부하다. 이들은 80년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들이며 교회 성장의 주체다.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세대들이 은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좋은 자원들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선교에 쓰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사였고 부담감이었다.

내가 속해 있는 WEC선교회에도 대여섯 가정의 한국인 시니어 선교사들이 있다. 어떤 이는 치과 의사와 은행원, 대기업 임원, 사업가로 일했지만 시니어 선교사가 된 이후 각자 선교지에서 기쁜 마음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맞물려 선교지 상황은 나날이 변화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평신도 전문인, 혹은 비즈니스를 통한 선교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나는 이것을 한국본부에서 일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사회 각처에서 경험한 자신의 전문성과 지식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인생이 될 수 있을까. 이 시니어 자원을 선교지에 이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을 고민했다. 그때 나와 똑같은 견해를 가진 한 분을 만났다. 유엔대사를 지내신 이시영 장로님이다. 그와의 만남은 평소 가졌던 생각들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데 큰 동기가 됐다. 이는 ㈔시니어선교한국과 동역하게 된 첫걸음이기도 했다.

얼마 전 시니어선교한국 안에 ‘이모작 선교 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시니어 선교사 지망생들을 상담하고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선교 단체와 선교지에 연결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요즘 준비된 시니어들이 사무실을 찾고 있다. 이들과 만나는 것이 즐겁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모든 사회생활과 선교사 경험이 이 일을 위한 훈련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님의 음성은 이렇게 구체화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약력=서울대 전기공학과,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MBA). 한국산업은행,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 ㈜한성기업 사장. 중앙아시아 선교사, 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장. 현 시니어선교한국 이모작 선교네트워크 사역. 서울 대치동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