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지출내역 기재 안한 ‘카드대금’ 수천만원
입력 2011-09-25 18:01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는 개별 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어떤 용도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가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자금의 집행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제37조 1항은 ‘회계책임자는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지출의 상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지출의 상세 내역은 ‘지출의 일자·금액·목적과 지출을 받은 자의 성명·생년월일·주소·직업 및 전화번호’를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엔 지출의 상세 내역이 표시되지 않는 항목이 눈에 띈다. 정치자금 계좌에서 돈은 빠져나갔지만 유권자들이 그 상세 내역을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해당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했다지만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만으로는 그 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대표의 경우가 그렇다. 홍 대표는 개별 사용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국민카드 결제 대금을 매월 수백만원 가량씩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불하고 있다. 명목은 ‘정치활동비(기자간담회 및 정책간담회 등)’다. 세부 내역이 드러나지 않게 지출된 홍 대표의 정치활동비는 연간 4575만원이 넘는다.
같은 당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의원도 매월 수백만원가량을 ‘의정활동 카드대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 항목의 지출만 총 4000만원을 넘어선다. 같은 당 서상기(대구 북을) 의원 역시 세부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카드대금’으로 연간 1000만원을 넘게 썼다.
민주당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의원은 매달 ‘카드대금’이라는 항목으로 수십만∼수백만원을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출하며 총 2200여만원을 썼다. 같은 당 이종걸(경기 안양만안) 의원도 세부 항목이 드러나 있지 않은 ‘정치활동비’라는 명목의 카드 대금을 연간 1300여만원 정치자금 계좌에서 결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대부분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카드대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하나의 항목으로 기재한 것”이라며 “신용카드 전표와 청구내역서 등을 선관위에 꼬박꼬박 보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출의 세부내역이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되지 않은 부분은 시정되어야 한다.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정치자금법 제2조 2항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