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수라면 통과될 노래도 우리가 부르면 검열 걸려” ‘악동’ 이하늘 음악슈퍼바이저 변신
입력 2011-09-25 17:18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자유분방하게 지냈던 후폭풍을 지금 느끼고 있어요.”
‘악동’ DJ DOC의 래퍼에서 뮤지컬 음악슈퍼바이저로 변신한 이하늘(40·사진)을 22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뮤지컬과 관련한 인터뷰 자리라고 해서 뮤지컬 이야기만 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이 4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도 그대로 느껴졌다.
“저는 하는 일 없었어요. 이름만 빌려주고 개런티를 좀 받았을 뿐이죠(웃음).”
“음악감독이 따로 있는데 음악슈퍼바이저가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첫마디부터 허를 찔렀다. 이하늘이 음악작업을 맡고 있는 건 DJ DOC의 히트곡 22곡을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지나치게 ‘솔직한’ 대답에 외려 당한 기분이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사실이 그래요”라고 한다. “뮤지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잖아요. 저는 전체적인 것을 총괄하고 조언하고, (원미솔) 음악감독님은 세부적인 것을 하셨죠. 하지만 ‘이름만 빌려주고 돈을 받았다’고 쓰셔도 괜찮아요.”
뮤지컬 주인공 중 한 명인 정원영도 “음악감독님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저희들과 작품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보니 아예 거짓말은 아닌 모양. “공연 끝난 후 ‘잘 봤다’고 말한 게 전부”라는 게 세 주인공 이재원 정원영 강홍석의 말이다.
“가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저희 음악으로 뮤지컬까지 나온 걸 보니 감격스럽죠. 이 뮤지컬을 보면 주인공들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과정이라든지 매니저와의 음반 계약 등 저희가 겪었던 일들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많아요. 차이가 있다면 사기당한 횟수가 이 친구들(극중 주인공들)은 한 번이지만 저흰 네 번이었다는 거.(웃음)”
‘가수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히트곡을 엮어서 뮤지컬이 만들어질 정도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이하늘은 그의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저희 싫어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방송 나간 다음에 시청자 게시판 같은 데 가보면 알아요.”
내친 김에 덧붙이기까지 한다. “이번 앨범 때도 ‘나 이런 사람이야’가 KBS에서 검열에 걸렸어요. 다른 가수들이 했다면 통과했을 노래가, 저희가 부르면 (검열에) 걸려요.” 대중가수에겐 생명줄과도 같은 메이저 방송국을 거침없이 성토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