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이베이 이끈 휘트먼 HP 조직개편 등 난제 맡았다… “PC 사업부문 분사 방안 재검토” 밝혀
입력 2011-09-23 18:56
세계 1위 컴퓨터 업체 휴렛팩커드(HP)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 IT업계에 승부수를 띄웠다. 새로 선임된 여성 CEO 메그 휘트먼(54)은 HP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미 CNN방송은 22일(현지시간) HP 이사회가 레오 아포테커 CEO를 경질하고 후임으로 휘트먼 전 이베이 CEO를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을 통해 경질설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전격 해임이 결정된 것이다. 아포테커의 측근은 블룸버그통신에 “아포테커는 해고 사실을 전혀 몰랐고, 이사회 토론 준비를 하다 알게 됐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CEO 교체는 그만큼 HP가 실적 악화 등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포테커가 지난해 10월 선임된 이래 HP 주가는 47%가량 하락했다. 또한 구글·애플에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 탓에 3차례나 매출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HP 이사회는 이날 “HP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으며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휘트먼 영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그는 1998년부터 10년 동안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를 이끌면서 업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트디즈니 등에서 임원으로 활약하면서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존경받는 여성 경영자로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지만 제리 브라운 현 주지사에게 패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휘트먼이 주로 소비자시장에서만 일한데다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이끈 적이 없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HP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보고체계 정리, 사업전략 수정 등 마무리해야 할 중요한 결정들이 산적해 있다. 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PC 사업부문 분사 작업을 어떻게 추진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일단 휘트먼은 이날 “올 연말까지 PC 사업을 담당하는 퍼스널시스템그룹(PSG)의 분사 방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분사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조사 분석을 위한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지난 8월 아포테커가 내걸었던 시한(10월)보다 연장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게에선 분사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며 타당성 조사부터 실제 분사까지는 18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