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공포 확산] 금융위기 현실화 조짐… 환율 관리가 ‘발등의 불’
입력 2011-09-23 21:35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경제 불안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 역할이 크다고 본다. 당장 큰 문제는 환율이라고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율변동성 큰 게 더 문제"
이동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
2008년 경제위기와 비교하면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현 상태도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재정불안은 연초에 너무 기대가 과도했던 점에서 촉발됐을 뿐, 미국의 회복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유럽의 경우 일단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두 나라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경제 규모나 경상수지 등에서 다르다. 최근 두 나라의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아져 이자부담 때문에 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국채 금리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작은 변화만 생겨도 급격히 큰 영향을 초래하는 상태)로 여겨지는 6.5~7%까지 도달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다.
그리스 역시 2차 구제금융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면 2015년까지 돌아오는 국채 만기는 다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극단적인 디폴트 상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G20의 발표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된다. 선진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흥개도국이 세계 경제를 떠받들고 가야 하기 때문에 G20 역할이 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장 환율이 문제다. 환율이 높아져도 환율 변동성이 크면 오히려 수출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
"유럽은 출구도 안보여"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미국은 어느 정도 출구가 보이는데 유럽은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실상 디폴트 상태인 그리스를 구출하자고 하지만 유동성 문제만 완화시킬 뿐이다. 그리스의 부채 상환능력을 높일 방법은 없다. 결과적으로 재무 자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부채를 깎아주되 엄격한 조건 아래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궁극적으로 경제가 살아나야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만 유럽이 성공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 제조업 등 산업 경쟁력을 많이 잃었고, 국제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G20이 발표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방안은 의미가 있더라도 실행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을 예로 든다면 양적완화가 한 방법이 되겠지만 반발이 굉장히 심하다. 2차 양적완화 때도 실물경제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G20 역할도 제한적일 것이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문제를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이 비용을 내가며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경기 둔화가 일어난다. 생필품이 아닌 내구재, 자본재 등의 수출이 성장 동력이다 보니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관리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G20 공조 절대적 필요"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점점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는 경제가 상승국면에 들어가 해결돼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제 침체가 매우 길어질 조짐이 자꾸 보이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스가 빚을 지고 있는 나라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그리스의 부채 비중이 1% 이하에 불과하다. 자국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들이 나서서 그리스를 파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신흥국이 포함된 G20이 부각되면서 책무도 과중해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유럽 쪽 채권을 신흥국이 사주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G20 공조가 필요하다.
유럽의 전개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달라진다.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 일부가 파산하면 유로존 붕괴는 물론 세계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반대로 그리스를 방패로 세우고 각국 재정건전성 회복에 성공할 경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회복하게 될 것이다. 50대 50으로 본다. 벌써 환율이 대폭 상승하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 추세가 일정 기간 유지되면서 향후 유럽의 전개 과정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