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공포 확산] 공포에 질린 증시… 1700선 붕괴
입력 2011-09-23 21:23
공포가 시장을 장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국내 증시는 1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연일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 동안 46원이 올랐다 빠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하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예정에 없던 공동성명(코뮈니케)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각국 중앙은행은 은행에 필요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키로 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1년2개월여 만에 17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3.11포인트(5.73%) 내린 1697.4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700선 아래에서 장을 마친 것은 지난해 7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90포인트(5.28%) 내린 446.51로 마감했다.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 유럽 은행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조짐,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개장부터 크게 내리면서 출발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 은행 8곳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는 소식은 결정타를 안겼다. 무디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소속인 슬로베니아 국채 신용등급도 한 단계 내렸다.
환율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닷새 만에 하락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3차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외환시장 쏠림이 과도하다.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하게 압박하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13.8원 내린 11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1196.0원까지 치솟았다가 장 마감 직전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져 11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G20은 강력한 공조 조치를 들고 나왔다.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시간으로 22일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세계 경제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하고도 조율된 대응에 나설 것이다. 은행시스템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G20은 단기적인 결단과 중장기적 관점이 조화된 정책으로 이뤄진 과감한 액션플랜을 오는 11월 열리는 칸 정상회의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은행에 필요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재정위기가 은행 신용경색,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
김찬희 황세원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