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도중에…제일2저축은행장 투신자살

입력 2011-09-23 21:20

영업이 정지된 제일2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이 23일 투신자살했다.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때였다. 정부 합동수사단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첫 발을 떼자마자 돌발 변수를 만났다.

정 행장은 낮 12시5분 서울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 본점 앞길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6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투신 직전 한 임원과의 통화에서 “매각 절차를 잘 부탁한다”고 한 뒤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2층 대출 담당 부서를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정 행장은 “관계 기관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죗값은 제가 받겠다”는 자필 편지를 남겼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와 검찰수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 행장은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접수한 피고발인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합수단 권익환 단장은 “본인이 협조를 잘 하겠다고 했고, 압수수색에서 마찰도 없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부실 저축은행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오전 10시부터 영업정지된 7개(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저축은행 본점과 대주주, 경영진 자택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또 주요 대주주, 임원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2·3부, 대검 첨단범죄수사과 등의 수사관 100여명이 투입됐다.

권 단장은 “해당 저축은행에서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할 수 있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나 대주주에 대한 불법 신용공여, 부실대출 등을 입증할 여신 관련 자료 확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이선희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