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대 함정 극복해야 선진국”… 경제학자 정빙원, 경제구조 전환·분배 개선·도시화·민주화 등 제시
입력 2011-09-23 18:18
중국은 소위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순조롭게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인가.
중국이 1인당 GNP 4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고속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논란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저임금에 의존하는 국가들과 기술개발에서 앞선 선진국들 사이에서 활로를 개척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정빙원(鄭秉文) 사회과학원 교수(세계사회보장연구중심 주임)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금 ‘10가지 함정’에 직면에 있다며 이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정치가 안정돼 있고 금융상황이 건전한 데다 인재도 충분하다고 밝히면서도 이들 함정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이 23일 전한 10대 함정 중 첫째는 ‘구조전환의 함정’이다. 즉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고 수출중심 성장 모델을 내수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의 낮은 도시화 수준, 낙후된 중서부 지역 등에 힘입어 성장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자본투입 위주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소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라틴아메리카식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분배구조를 개선해 성장의 과실이 전 계층에 고루 돌아가게 하는 ‘포용성 성장’(산업·지역·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해 지속적 경제 성장을 꾀하는 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이를 위해 바오바(保八·8% 경제성장률 유지) 정책을 포기하고 분배에 역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셋째는 ‘복지 함정’이다. 정 교수는 이를 피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와 경제성장을 같은 보조로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성장 속도를 앞설 정도로 사회보장에 재정 지출이 이뤄진다면 중진국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넷째로는 ‘도시화 함정’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도시화와 경제성장이 같은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섯째는 ‘자산버블 함정’으로 내실 있는 경제성장을 통해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여섯째는 ‘노령화 함정’에 빠지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일곱째는 ‘금융 함정’을 경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금융개혁을 아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여덟째는 ‘미 달러화 함정’을 뛰어넘어야 한다. 아홉째는 ‘자만의 함정’을 경계해야 하며 열째는 ‘민주주의 함정’에 빠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개혁개방 30년 동안 경험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이 같은 도전은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11∼15년 뒤에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