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생활특별시 만들겠다” 출사표

입력 2011-09-23 15:41

고민을 거듭하던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생활 특별시,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나 최고위원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시정 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출산장려금에서부터 아이들 예방접종까지 복지혜택이 자치구의 재정 여건에 따라 다르다”며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생활복지 기준과 장애인 독거노인 저소득층 시민을 위한 최저생활 기준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은 또 “대규모 축제·행사 예산을 줄이고 검증되지 않은 개발사업을 재점검할 것”이라며 “2014년까지 시의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야권으로부터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차별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조금 소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저는 소통을 많이 해서 시민 의사가 반영되는 시정을 하겠다”고도 했다.

나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요청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 후보로 확정되면 박 전 대표를 찾아뵙고 여러 조언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10·26 재·보궐선거 공직후보자 신청을 마감한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3선의 김충환 의원과 재선의 나 최고위원 등 2명이 신청서를 냈다. 당 공심위는 2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 공천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를 열어 “선거는 시당을 중심으로 하고, 중앙당 사람들은 선거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총력 지원하는 태세로 하겠다”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의 출마 선언으로 이제 여권 지지층의 관심은 보수 시민단체 시민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변호사와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후보 단일화는 야권의 전유물이었으나 이번 보궐선거에선 범여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가를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나 최고위원과 이 변호사 모두 ‘보수분열은 필패(必敗)’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 최고위원은 “이 변호사와 시민단체들이 희망하는 가치가 한나라당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 강해 단일화 방식을 놓고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나 최고위원에 비해 약세인 여론조사 결과들에 대해 “의도적인 음해성 조사도 많다”며 “거기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 당산동 한 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만표를 얻더라도 돈 안 드는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법정선거비용인 38억8000만원 중 10분의 1만 사용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