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양민경] 약자에 귀 기울이는 ‘교회의 희망’을 보다

입력 2011-09-23 18:26

‘장자교단’이라고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교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총회 장소 밖에서는 제자교회와 분당중앙교회 교인 250여명이 교회 문제에 총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책임 소재가 누구에 있든지 따지기에 앞서 교단 총의를 모으는 장소 한켠에서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혔다. 여교역자들은 목사안수와 여선교사 성례권 관련 헌의안 가결을 총대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총신대 신대원 교수와 학생 1000여명은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해 교단이 나서줄 것으로 촉구했다. 총회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통성으로 기도하기도 했고, 일부 총대가 나서 울먹이며 발언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선교사 성례권이 확보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다.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총회 기간 내내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사무처리에서 주제에 맞지 않는 논쟁을 벌이거나 미숙한 진행으로 회의 순서가 지연되기도 했다. 회의에 임하는 총대들의 자세도 그랬다.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고성을 내지르기 일쑤였고 간혹 반말을 하거나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 일부 총대가 “우리 총회 회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습니까” “감정적으로 몰아가지 마시오”라며 개탄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행태는 계속됐다.

한 해 총회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에 이 같은 미숙한 모습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사숙고를 위해 중요안건을 다음 순서로 미뤄놓고 마지막 날 한꺼번에,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 또한 납득되지 않았다.

교단 총회는 교회 정치의 장일뿐만 아니라, 교회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심이기도 하다. 신임 이기창 총회장의 취임사처럼, ‘사람의 뜻과 힘이 아닌 기도로 모든 일을 선하게 이루는’ 합동 총회가 되길 기대한다.

양민경 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