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평화로 가는 길

입력 2011-09-23 18:24


헬싱키 앞바다에 수오메리나라는 섬이 있다. 핀란드에 대한 외세의 침공이 있을 때마다 이곳은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이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섬 입구에 교회건물 하나가 있는데 전쟁 때 불을 뿜었던 대포의 포신을 거꾸로 세워 울타리를 삼았다. 평화를 갈망하는 이곳 주민들의 애절한 염원이 엿보이는 풍경이다.

평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눈물겹지만 평화는 아직 염원일 뿐 현실화된 역사는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협상도 있고 이기고 지는 것도 있었지만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화도 세계의 평화도 욕심이 있으면 불가능하고 사랑이 있으면 늘 가능해진다. 칼을 버리게 하시고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신 주님의 모습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늘의 열두 군단도 더 되는 군대 동원하기를 포기하시고 스스로 무력한 자의 모습으로 십자가를 향하신 주님의 길은 그래서 영원한 평화의 길이다, 그래서 주님은 지금도 “삼가 탐심을 물리치라”(눅 12:15)고 우리를 꾸짖고 계신다.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