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시장 불안 최악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입력 2011-09-23 17:47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기관의 신용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그제 미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시장의 동요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환율이 요동치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유럽계 은행들이다. 달러화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유럽계 은행들은 지난달 이후 6조원, 이달 들어서도 2조원 이상 채권과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일부 미국계 대형 은행들도 가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정부는 어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환율 급등세가 확산되면 대대적인 개입마저 불사하겠다는 강한 신호도 시장에 보냈다. 이와 함께 수출기업들에 수출대금 환전을 미루지 말도록 요청하는 등 환율 급등에 따른 지나친 기대심리나 투기심리 차단에 나섰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3122억 달러로 외환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동성이 큰 단기외채의 비중도 37.6%로 낮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G20(주요 20개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과 통화 스와프를 검토하고 아시아 역내 금융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비상한 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환시장은 개방 정도가 높아 다른 시장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은 몇 가지 임기응변식 단기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다 긴 시각에서 우리 실물경제와 금융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장기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