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정신건강 상태로 軍 유지되겠나
입력 2011-09-23 17:44
우리 군의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10명 중 1명꼴로 정신과 전문가의 진료 및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이다. 해당 개인의 일신상 문제도 문제지만 최일선에서 사병들을 진두지휘해야 할 초급 지휘관과 군대의 허리라고 할 부사관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이래서야 전투에서 이기기는커녕 군이 제대로 유지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9월 실시된 군 간부 인성검사 결과 위관급 및 부사관 8만9168명 가운데 10.2%인 9131명이 ‘위험’ 또는 ‘관심’ 판정을 받았다. ‘위험’은 의료진의 진료나 상담, ‘관심’은 전문가 상담이 요구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월 발생한 해병대 소초 총기사건의 범인이 신병 인성검사에서 불안·정신분열증 등의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사병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도마에 올라있는 판이다. 적지 않은 간부들까지 그렇다면 참으로 보통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군의 ‘정신전력’에 치명적이다. ‘지휘관을 중심으로 부여된 임무를 능동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조직화된 전투의지력’으로 정의되는 정신전력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아무리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정신전력이 약하면 그 군대는 결코 강군이 될 수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국방부와 군이 간부들의 정신건강에 소홀했던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간부에 대한 인성검사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군 간부들의 자살이 증가추세를 보인 게 배경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육군이 자살을 막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생명의 전화’ 이용자 중에는 간부가 24.9%(부사관 14.3%, 위관 6.0%, 영관 4.6%)나 됐다. 그간 군은 특히 간부의 경우 ‘충성심’과 ‘의무’ ‘명예’ 등 지켜야 할 것들만 강조해왔을 뿐 동기 부여나 복지 등 과학적이고 인간적인 배려에는 미흡하지 않았는지 차제에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