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속 ‘시르투인’ 성분 노화방지 못한다”… 현대판 불로초 논쟁

입력 2011-09-22 18:23


‘붉은 와인을 마시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의 과학적 배경에는 시르투인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있다. 세포 노화를 방지한다는 물질이다. 최근 10년간 시르투인을 이용한 신약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런데 영국 연구진이 21일(현지시간) 시르투인의 효과를 부정하는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어 미국 과학자들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영국 연구진은 논문에서 시르투인의 효과를 발견한 미국 연구진의 초기 연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실험집단에 사용된 회충·초파리와 통제집단에 있던 회충·초파리가 유전적으로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같은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결과 시르투인이 장수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런던대학 데이비드 젬스가 이 연구를 이끌었다.

2001년 시르투인 효과를 발견해 논문을 냈던 미 매사추세츠 공대 레오나르드 귀렌테 교수는 초기 연구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르투인의 효과 자체를 무시하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2년 전 유전자 조건을 통제하고 재실험한 결과 생명연장 효과가 처음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발견됐다”고 말했다.

양측의 논쟁은 시르투인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꿈의 물질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영국 측은 “노화는 상당히 까다로운 과학 분야지만 유명세에만 관심 있는 과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실험이 엉망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측 시르투인 연구자들은 영국 연구진이 과학자 사회의 규범을 무시했다고 비난한다. 다른 과학자의 실험을 되풀이하는 데 실패했을 때는 대개 이유가 무엇인지 문의부터 하는데 이들은 곧바로 반대 논문을 냈다는 것이다.

논쟁에 끼지 않은 노화 전문가들은 시르투인과 노화와의 관련성은 애초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해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 “붉은 와인이 노화를 막는다는 명제는 5년 전에 폐기됐어야 했다”고 미 미시간대 리처드 밀러 교수는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