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은 평가업체 ‘명성 경쟁’ 탓”… 그리스 재무부 의혹 제기
입력 2011-09-22 21:45
신용평가업체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이 경쟁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경쟁적으로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신용평가업체는 국가의 신용등급은 내리면서 부실기업의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채권담보부증권(CLO)의 신용등급은 올려 주는 이율배반적 행동도 하고 있다.
◇경쟁이 위기 키울라=S&P와 무디스는 21일(현지시간)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조치를 실시했다. S&P는 이탈리아 은행 7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고, 무디스는 미국 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두 업체의 경쟁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최근 수개월간 무디스에 의해 여러 차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당하자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이끈 위험신호를 놓친 뒤 신용평가업체들이 다음 경제위기를 낳을 위험을 먼저 규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와 무디스의 신용평가는 금융위기 이전 제각각이었으나 최근 한 방향으로 수렴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로존 위기 이전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5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모두 합쳤을 때 두 업체 간에는 13등급 차이가 존재했다. 지금은 1등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 업체는 “타사의 평가는 들여다보지 않고 고유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며 경쟁 의혹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무디스는 2009년 하향 조정했던 CLO의 신용등급을 올려 주고 있다고 FT가 22일 전했다. 무디스는 2년 전 CLO의 위험이 30%나 늘어났다며 대부분을 하향 조정했지만 최근 경제 조건이 “크게 좋아졌다”면서 등급 상향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일반적 평가와 상반되는 행보다.
◇S&P 정보 비대칭 제공 논란=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기 전 일부 투자자에게만 편향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S&P는 지난달 5일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 전 블랙록과 웨스턴자산운용, TCW그룹 등 대형 투자사만 교류했다.
S&P는 이날 신용평가업체와 투자사가 만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면서 “신용 위험에 대한 시각과 관련해 가능한 많은 시장 참여자와 접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