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찾아라”… 유럽은행 亞洲 원정 붐

입력 2011-09-22 18:19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자금 유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간) 유럽 은행들이 현금을 찾아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파이낸셜타임스도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주 카타르와 아부다비 등 중동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유럽 은행들은 최근까지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단기채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자 MMF가 올 초부터 유럽 은행채 매입 규모를 20% 줄였고 돈줄이 막혔다. 이 때문에 아시아로 눈을 돌려 돈 많은 개인 투자자나 대규모 현금자산을 보유한 기업을 설득해 자금 차입에 나선 것.

가장 매력적인 공급처로 떠오른 것은 우선 아시아다. 홍콩에 진출해 있는 이탈리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양의 현금을 가져오라고 본사로부터 지시가 떨어졌다”며 “아시아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너럴(SG)의 고위직 임원도 “이미 기업 예금을 끌어오는 등 새로운 조달처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 홀딩스가 주최한 아시아 지역 투자자를 위한 유럽계 은행 투자 설명회도 성황을 이뤘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유럽 은행채는 10%대의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테드 로드 유럽 채권 담당 책임자는 “아시아 투자자들 다수가 유로존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지금을 매수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동의 오일머니도 새로운 자금조달 루트로 주목받고 있다. BNP파리바의 고위 임원진은 며칠 내 중동을 방문해 최대 20억 유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유로존 위기에도 지금껏 “재정건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큰소리를 쳐 왔기 때문에 이러한 소식은 현재 유럽권 은행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 준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BNP파리바가 카타르와 접촉해 지분매각 협상을 거의 타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프랑스의 여러 은행들이 막대한 자본을 얻기 위해 카타르와 협상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NP파리바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경우 흔들리는 금융시장 때문에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애써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주 700억 유로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본 확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