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최선의 경기부양책” vs “고육지책에 불과”

입력 2011-09-22 18:19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1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발표했다. 효과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린다.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연달아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서 재정위기가 은행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OT 효과는 의문=연준이 이미 두 차례 양적완화(QE)를 실시한 상황에서 시중에 자금을 늘리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OT가 유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준이 국채의 총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채의 종류를 바꿔 금리를 안정시키고 경제 주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세인트루이스 경제전망기관은 연준의 이번 조치로 앞으로 2년간 35만명이 새 일자리를 얻고 경제성장률도 0.4% 포인트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다만 이 예상은 최상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달러 약세나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물 경제에 서서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OT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줄어든 것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장기국채 10년물 금리가 2.8%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유동성은 이미 풍부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도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일 뿐, 금리 때문에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FOMC 결정에서 벤 버냉키 의장을 포함한 10명의 이사 중 리처드 피셔 등 3명의 이사가 지난달 회의에 이어 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부양을 위해 OT를 발표하면서도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포함해 경제전망의 하방리스크(downside risk)가 상당한 수준이다”라고 부정적 경제전망을 내놔 시장의 불안감을 더했다. 연준의 발표 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은행 연쇄 붕괴 우려=무디스는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의 단기등급은 프라임1에서 프라임2로 낮췄고, 웰스파고에 대해서는 장기등급을 A1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앞으로 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메디오방카, 인테사 상파올로 등 이탈리아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BoA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미국 정부의 구제 의지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과 같은 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정부가 금융권을 살리기보다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맞물려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은행의 위기감은 더욱 높다.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주요은행이 이미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는 등 위기진화에 나섰다.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데 이어 프랑스, 스페인 국가신용등급 강등설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김준엽 이경원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