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금품수수 의혹] 폭로 내내 신 前차관을 “형님”호칭… 친분 과시
입력 2011-09-22 23:32
이국철(49) SLS그룹 회장 입에서 또다시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나왔다. 이 회장은 “억울하게 회사를 잃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이 회장 발언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 발언이 사실이라면 메가톤급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돼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이 억울한 마음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진위를 어서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왜 폭로했나=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SLS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진실을 밝혀 달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개인의 비리를 폭로하자는 게 아니라 회사 경영권까지 빼앗게 된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창원지검에서 기소한 내용은 인정한다”면서도 “2조4000억원짜리 SLS조선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에 대해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임직원 가족이 암에 걸리고 임직원 가족 2만여명이 길거리에 나앉고, 다른 수사기관에서 지금도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그 기관은 통영해양경찰”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한나라당 자금책으로 찍혀 권력기관의 수사를 받았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의) 반응이 없으면 또 밝히겠다”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신 전 차관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과 이틀 전 통화했는데 ‘나는 다 내렸으니 형님도 내려놓으시죠’라고 했더니 재민이형이 ‘안타깝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일행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향응을 제공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접대한 내역 자료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아직 이름이 나오지 않은 현 정권 실세 1∼2명의 실명을 폭로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 회장이 지금 몸통의 실명은 얘기하지 않고 깃털의 이름만 폭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이 받았다는 수사는=이 회장은 2007년 8월 SLS조선의 1400억원 규모 자본잠식을 숨기기 위해 싱가포르의 해운회사로부터 차입한 1억 달러를 자본으로 허위 공시하는 등 SLS조선의 적자 누적과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선박제조 공정률을 과장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등을 허위 공시하고, 조선소 인허가와 관련해 진의장 통영시장에게 3만 달러를 건네는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창원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창원지법은 뇌물공여와 허위공시,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형인 SLS조선 이여철(57)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뇌물공여나 특정한 목적으로 회계를 조작한 사실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