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토마토저축은행, 종일 북새통… 예보 서버다운 탓 한때 접수중단 ‘분통’
입력 2011-09-22 21:32
“끝까지 제대로 하는 게 없네!”
22일 오전 경기도 성남 신흥3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 돗자리를 말아 옆구리에 낀 전모(42)씨의 피곤한 얼굴에 급기야 핏대가 섰다. 밤새 기다린 끝에 겨우 오전 번호표를 받아 한숨 돌리나 했더니 하필 그 시간이 임박해 전산망이 고장났다는 것이다.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이날, 각 저축은행 본점에는 예금자들로 북적였다. 인터넷 신청자도 폭주해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가 다운돼 인터넷뿐 아니라 모든 창구에서 가지급금 접수가 1시간가량 지연됐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돼”=번호포 배부가 시작된 오전 8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에는 줄이 지하철 8호선 신흥역 인근까지 500m나 늘어섰다. 이 가운데 가지급금은 두 달 내에만 신청하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두르는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그래도 빨리 받아야 안심이 된다”는 대답이었다.
이날 뒷문을 통해서나마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200여명 모두 거리에서 밤을 샌 사람들이었다. 지하 1층 강당으로 안내된 이들은 한편으로 안도하면서도 서로 5000만원 초과 예금이 얼마쯤인지 물으며 씁쓸해 했다.
번호표만 받아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발걸음도 무거웠다. 커튼 틈으로 은행 안쪽을 들여다보려 애쓰던 신모(72·여)씨는 “번호표에 ‘10월 17일 오전’이라고만 써 있는데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느냐”면서 “내 돈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루 만에 다음 달 21일 오후 번호표까지 나갔다”면서 “하루 처리 최대 인원 220명씩 계산하면 4600장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창구에서 처리한 인원은 200여명. 대부분 최대 한도인 2000만원을 찾아갔고 20여명은 예금담보대출을 위한 잔액증명서를 받아갔다.
◇속터지는 정부 대응=피해자들을 더 답답하게 한 것은 전산시스템 이상이었다. 지난 3월 부산·대전 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때 발생했던 문제가 또 반복된 것이다.
전날인 21일만 해도 예보는 “서버와 전용회선을 최대한 늘려 놨고 최대 인원 100만명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가상운영을 마쳤다”고 자신했으나 이날 신청 시작 1시간 만인 오전 10시 시스템이 다운됐다. 예보는 처음에는 “농협중앙회 전산망 이상”이라고 했으나 농협 측이 부인하자 “예보와 농협 전산망 중간 어딘가에서 잘못됐다”며 말을 바꿨다.
농협 전산망은 신청자의 정보를 저축은행 및 대행 시중은행 창구로 전달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에 각 지점 창구에서도 처리가 지연돼 총 600여명이 1시간 안팎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예보는 “전산처리 속도를 늦춰 안정성을 높여 놓은 상태”라면서도 “자금이 긴급히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천천히 신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7개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는 64만명으로 이 중 6만명 정도가 이날 오후 3시까지 가지급금 신청을 마쳤다.
한편 영업정지가 유예된 6개 저축은행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 심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이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재무제표를 공시하면 6개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안이 시장에 정확히 전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시되는 정보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 결과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회계법인에 맡겨 얻는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에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6개 저축은행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2개는 이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6∼9%대로 공시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자구노력을 이행 중인 저축은행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남=황세원 이경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