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 朴’ 야권 통합후보 신경전
입력 2011-09-22 15:44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민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박영선 후보가 22일 간접 격돌했다. 전날 박 후보가 민주당 내 경선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박 변호사가 재벌 후원을 받아 시민사회 활동을 한 거 아니냐”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 변호사는 창조한국당을 방문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기자들이 박 후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재벌에게 후원을 받은 것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럼 가난한 사람한테 (후원을) 받느냐. 나눔을 실천하려고 부자들한테 후원을 받는 게 뭐가 나쁜가”라고 발끈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으로서 많은 기업과 사람들을 아우르는 것은 좋은 장점이 아니냐”며 “참여연대 활동 시절에는 소액주주운동에 앞장섰다. 이것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지나간 이념의 틀 속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국민을 갈라놓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각종 야권 통합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박 후보는 유력한 민주당 경선 주자로 분류된다. 때문에 둘의 충돌은 다음 달 치러질 예정인 야권 통합후보 경선을 앞둔 신경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또 박 후보와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후보는 이날 MBN TV 토론회에서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았다. 추 후보는 천 후보에게 “강남 부자들의 지갑을 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캐물었고, 박 후보에게는 “엄마 서울을 공약으로 이야기하는데 내용이 공허하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천 후보가 너무 일찍 출마를 선언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로 조성된) 복지대결 구도를 인물론으로 전환시켰다”고 비판했고, 신 후보도 “성급한 출마 선언으로 경선의 목적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천 후보는 “이렇게 경선판을 만드는 데 좀 도와주시지 그랬느냐”고 맞받아쳤다. 추 후보와 신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 경선위원회는 논란이 됐던 여성 가산점 20% 부여 문제는 여성 후보들이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주지 않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한편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서울을 생태·복지가 살아 숨쉬고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서울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