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입힌 애잔한 목소리로 무대 적신다… 10월 8일 ‘더 심수봉 심포니’ 콘서트

입력 2011-09-22 17:43

“공연을 앞두고 공연장인 전쟁기념관을 답사하러 갔는데 (인근에 있는) 육군 본부가 보이더라고요. 제가 30여 년 전에 군사재판을 받았던 곳인데, 먼 과거를 대면한 느낌이었어요. 만감이 교차했고, 여러 사람이 (머리 속에) 지나가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심수봉은 10·26으로 장사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전 그동안 그런 것(10·26 사건) 때문에 이름이 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수 심수봉(56)은 소녀 같았다. 22일 서울 역삼동 자택 지하에 있는 공연장에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 그는 다음 달 열릴 콘서트, 그리고 최근 내놓은 디지털 싱글 음반을 설명하며 약간 들뜬 모습이었다. 심수봉은 “과거 저의 음악을 발표도 못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겪었지만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 제가 꿈꾼 공연을 열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살해당할 때 심수봉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심수봉이 이날 ‘꿈꾼 공연’이라고 칭한 무대는 바로 다음 달 8일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더 심수봉 심포니’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콘서트다. 그는 70인조 오케스트라, 대규모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선다. 심수봉은 “원래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는데, 저의 노래에 (클래시컬한) 큰 옷을 입히게 됐다는 게 기쁘다. 이런 기회가 제게 온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심수봉은 최근 내놓은 신곡 ‘나의 신부여’에 대해서도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많은 곡을 썼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다” “(제가 만든 곡 중) 한 곡만 (타임)캡슐에 넣어서 묻는다면 ‘나의 신부여’를 넣겠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나의 신부여’는 심수봉이 ‘신랑’의 입장이 돼 가상의 신부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로 심수봉 특유의 애잔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요즘 사랑은 물질적 조건에 갇혀 있는데, 전 아가페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사랑을 찾기 위한 고뇌를 많이 했는데, 이젠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 깨닫게 됐거든요. (인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주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11년 10월은 제 음악 인생 중 잊지 못할 한 달이 될 것”이라고 말한 심수봉. 그는 간담회 말미에 마이크를 잡고 ‘나의 신부여’를 열창했다. 감정이 복받치는지 노래 도중 그는 눈물을 훔쳤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