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생하는 전·의경에게 밥이라도 제대로

입력 2011-09-22 17:42

치안 현장에서 궂은 임무를 도맡아 하는 전·의경의 급식비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전·의경 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은 1인당 하루 5820원으로, 한 끼로 환산하면 1940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한 끼 급식비 1883원보다 3.0% 오른 액수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어제 국감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올해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 학생의 끼당 급식비용은 2457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양사가 배치된 전·의경 부대는 전국 134개 기동대 중 단 11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 일반 사회 수준의 식사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창 힘을 쓸 나이의 젊은이들에 초등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예산으로 마련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착취행위에 가깝다.

실제로 도심의 불법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교보빌딩과 미국대사관 사이 도로에 대기하는 전경들이 식판에 밥을 받아 버스 안에서 먹는 반찬의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된장을 넣은 멀건 배춧국에 어묵 몇 조각과 김치가 전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시위가 잦은 봄철을 전후해서는 제때 식사도 못해 식어버린 국에다 말라붙은 반찬으로 한 끼를 때워야 한다.

훈련소에서 강제로 차출되는 전경은 근무여건도 좋지 않아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가장 기피한다고 한다. 민간인과 아예 차단된 군대와는 달리 시민들과 접촉하면서도 기강은 군에 못지않게 엄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식사마저 부실하니 사기가 오를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

신성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젊은이들에게 질 낮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예산상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고된 훈련과 잦은 시위진압으로 심신이 지친 젊은이들에게 초라한 식사를 대접하고도 충성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다른 예산을 절약해서라도 나라의 보배인 젊은 전·의경들에게 자부심을 느낄 정도의 식사는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