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첫 라틴 그래미상 후보 신예원 “엄청난 뮤지션들과 경쟁한다는 것, 그 자체가 영광”

입력 2011-09-21 18:56


우리나라의 한 여성 가수가 사고를 쳤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그래미상 주최 측이 진행하는 제12회 라틴 그래미상 ‘베스트 브라질 음악 부문(Musica popular Brasileria)’에 브라질 음악 거장 밀튼 나시멘토, 자반 등과 함께 후보로 오른 것이다. 한국인 보컬리스트가 그래미상이 수여하는 음악상에 후보로 지명된 건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30)이다. 19일 서울 양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기 어렵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엄청난 뮤지션들과 경쟁하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너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제 음반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반처럼 생각하고 작업해준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분들 에너지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라틴 그래미상은 2000년에 만들어진 상이다. 세계에서 발매된 스페인어·포르투갈어 음반을 대상으로 한다. 노미네이트된 음반은 신예원이 지난해 미국의 재즈 레이블 ‘아티스트셰어(ArtistShare)’를 통해 발표한 ‘예원(Yeahwon)’. ‘브라질 음악의 아버지’ 이그베르투 지스몽치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케빈 헤이즈 등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여한 앨범이다. 총 11곡이 담겼으며 국내에도 출시돼 있다.

신예원은 이 음반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이 음반을 통해 라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남편 정선(29)씨라고 거듭 강조했다.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정씨는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둘째 아들이다. 2001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08년 결혼했다. “정상급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것부터 시작해 앨범 재킷까지 10명이 해야 할 일을 남편이 도맡았어요.”

신예원은 2001년 ‘러블리(Lovely)’라는 음반으로 가요계에 입문한 데뷔 10년차 뮤지션이다. 가수 이승환, 윤상, 김진표 등의 음반 작업에 보컬로도 참여했다. 하지만 브라질 음악에 매료돼 2006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뉴욕에 있는 재즈 명문 뉴 스쿨 유니버시티에서 수학했다.

그는 브라질 음악의 어떤 매력에 반했던 것일까. 신예원은 “브라질 음악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이라며 “슬픔이나 한(恨)을 긍정적 멜로디와 리듬으로 풀어내는 매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버지 정명훈은 어떤 존재인지 물었더니 “가족을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예원은 “아버님은 ‘음악은 깊은 땅속에 있는 지하수를 발견하기 위해 계속 삽으로 땅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음악 활동을 하며 항상 이 말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신예원의 라틴 그래미상 수상 여부는 오는 11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시상식을 통해 알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