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에이스 저축은행, 고양터미널 사업 6000억 불법대출
입력 2011-09-21 18:32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이 경기 일산시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에 6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측은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불법 대출을 용인했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금감원은 고양터미널 건설 사업에 두 은행이 담보가치를 초과해 불법 대출을 한 사실을 적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제일저축은행은 1600억원, 에이스저축은행은 4500억원을 각각 이 사업에 불법 대출했다. 금감원 경영진단 결과 이 사업의 회수 예상 감정가는 1400억원에 불과했다.
두 저축은행은 당초 300억원씩을 대출했지만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연체가 쌓이자 증액대출을 거듭했다. 대출이자를 돌려받기 어려워지자 돈을 더 빌려줘 기존 이자를 갚도록 한 것이다. 두 저축은행은 총 16차례를 대출하며 대출금액이 자기자본의 20%인 한도를 초과하자 여러 사업자들을 차명으로 끌어들여 우회 대출했다.
두 저축은행은 금감원이 불법 대출을 용인했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04년 시행사 부도 이후 분양사기 피해자들이 은행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피해를 호소하자 법무법인을 통해 한도초과 대출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이때 금감원이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는 것이다. 해당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법무법인이 ‘금감원에 질의한 결과 한도초과 대출을 해도 검사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법률검토 의견서를 전달해 이를 믿고 대출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수 년 전 일이라 확인도 안 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만한 해결을 주문했을 수는 있어도 불법을 유도했을 리 없다는 항변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