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프로팀 입단’ 속여 4억대 사기 가짜 축구 에이전트 조직 적발

입력 2011-09-21 18:24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국내 축구선수에게 외국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다고 속여 4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축구 에이전트사 대표 정모(40)씨를 구속하고 해외 인솔책 황모(41)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국외로 달아난 다른 에이전트사 대표 이모(45)씨를 지명수배했다.

정씨는 2009년 7월 대학 축구선수 아들을 둔 진모(51)씨에게 “일본 J2리그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다”며 3200만원을 받는 등 2008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축구선수의 부모 16명으로부터 알선료 명목으로 4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축구 에이전트 자격이 없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보여주며 “국가대표 출신인 김동진, 이호 선수를 러시아 프로팀에 입단시켰고 일본 J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 학부모들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경찰에 신고하면 축구계에서 매장된다. 여기서 끝내고 아들 축구인생 망칠 것이냐”고 협박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빌린 돈이라고 말하라”고 위협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경찰은 피해 선수 대부분이 입대하거나 정신적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대학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었고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잠깐 일하다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를 이들에게 소개하고 알선비용을 받은 김모(42)씨 등 축구 감독과 코치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