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캠퍼스 NO”… 대학생 스스로 팔 걷었다
입력 2011-09-21 18:24
무분별한 대학가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섰다. ‘절주(節酒) 동아리’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일부 대학은 교칙에 ‘절주 규약’을 포함시켰다.
고려대 절주 동아리 ‘참살이’는 지난 19∼20일 경영대 학생지원센터와 함께 교내 학생을 대상으로 ‘성숙한 음주문화 캠페인’을 벌였다. 23∼24일 열릴 정기 고연전 기간 중 학생들이 무절제하게 술을 마실까 우려해 열린 행사였다. 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술에 취한 것처럼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선을 따라 똑바로 걷는 게임을 진행하며 과도한 음주의 폐해를 알렸다.
다른 대학 학생들도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화여대 동아리 ‘헤와’는 28일 학내에서 절주 캠페인을 연다. 헤와는 학기마다 한번씩 절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구토를 하면 술이 깬다’는 등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음주 O·X 퀴즈’를 실시키로 했다. 알코올 분해능력 실험을 통해 주량을 알려주고 스스로 술을 절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할 계획이다.
지난 5월 1학기 절주 캠페인 때는 만취한 남녀 대학생이 추태를 부리는 사진을 전시해 경각심을 유도했다. 동아리 회장 공혜림(22)씨는 21일 “지나친 음주로 발생하는 사고를 막고 건전한 술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양여대 동아리 ‘절세미인’은 22∼23일 열리는 축제 때 주류회사의 무료 술 제공이나 기념품 배포를 막을 계획이다. 한양대 동아리 ‘한양문화사랑’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 절주 동아리 신청을 했다. 절주 동아리는 복지부가 2005년 5개 대학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사업으로, 매년 참가 대학이 늘어 현재 6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교칙에 절주 규약을 넣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는 올 초 과도한 스킨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러브샷’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반(反)성폭력 자치규약을 제정했다. 서일대는 학생생활규정을 마련해 강의실 내 음주행위를 금지하고 각종 행사에서 주류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경남 창원 문성대도 최근 절주 관련 교칙을 마련했다. 이화여대의 헤와는 절주를 교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김승수 사무국장은 “대학생의 절주 움직임은 바람직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각 대학이 주도적으로 절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