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년째 내리막인데… 전국 집값 바닥 찍었다?
입력 2011-09-21 18:34
집값이 바닥을 찍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집값은 아직 바닥을 다지지 못했지만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전국 주택가격이 상승 국면에 올랐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가 21일 공개한 ‘실질 주택가격 장기 순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실질 주택가격은 국민은행의 집값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다섯 차례의 순환기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6순환기의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올 7월까지 10개월간 전국 주택의 실질가격이 월평균 0.25%씩 올랐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주택 공급이 늘어나지만 공급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꺾이고 공급량은 감소하며, 공급량 감소로 주택가격은 다시 오른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는 2007년 분양가 상한가 도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으로 최근 2∼3년간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역별로 집값 변동 차이가 커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을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경우 실질 주택가격은 2009년 5월부터 상승기에 접어들어 최근까지 월평균 0.73%나 상승했다. 반면 서울은 2008년 8월 이후 35개월 연속 월평균 0.24%씩 떨어지고 있어 5순환기의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서울 집값은 전셋값 상승,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부족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사이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미분양 아파트가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한 점을 들어 주택 거래가 늘고 장기적으로 집값도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593가구로 7월보다 1494가구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 수가 7만 가구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6년 11월 6만9595가구 이후 55개월만이다. 악성 물량으로 취급되는 준공 후 미분양 수는 전월보다 1718가구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전세 수요의 일부 매매 전환 등의 효과로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가 늘면 집값도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집값 상승론은 성급한 주장이라는 반론도 많다. 침체된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폭은 그 이전의 상승폭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며 “집값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