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 대통령 자폭테러 희생
입력 2011-09-21 18:11
분열된 아프가니스탄 부족을 평화적으로 통합시키고자 했던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탈레반의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됐다. 미군의 대규모 아프간 철군 방침이 나온 이후 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아프간 평화가 위협받게 됐다.
아프간 고위평화위원회(HPC) 의장인 라바니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탈레반과 만난 자리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불의 라바니 자택을 방문한 탈레반 지휘관 2명 중 1명이 라바니와 만난 자리에서 터번 속에 숨긴 폭탄을 터뜨렸다. 이 공격으로 라바니와 경호원 4명이 숨지고 동석한 HPC 고문인 마숨 스타나크자이가 크게 다쳤다.
회동에 앞서 경호원이 탈레반 지휘관의 몸을 수색하려고 하자 동행한 스타나크자이가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 쪽 인사들이다”며 경호원을 저지시켜 폭탄이 발각되지 않았다. 라바니는 탈레반 지휘관들과 포옹하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변을 당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터번 속 폭탄을 터뜨린) 암살범의 머리가 없어졌고, 부상한 다른 한 명은 체포됐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협상 목적을 가장해 라바니에게 접근해 암살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이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급히 귀국길에 오르며 “라바니는 자신을 희생한 아프간의 애국자”라며 “평화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라바니의 죽음이 비극적 손실이라면서도 “아프간의 자유와 안전, 안보, 번영에 이르는 길을 내려는 노력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 출신의 정치인인 라바니는 1992∼96년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현재 아프간 최대 야당인 아프간 국민전선(UNF)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여러 부족과 세력을 아우르는 HPC를 구성했으며 라바니는 의장으로서 평화협상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