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표심 잡아라”… “오바마는 反이스라엘” vs 오바마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거부권”
입력 2011-09-21 18:12
요즘 미국 내 유대인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정회원국을 신청,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유대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화당 잠룡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때리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20일(현지시간) 뉴욕주를 찾았다. 유대인 유권자들이 아주 많은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국을 신청하게 된 상황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미숙하고, 오만하며, 잘못되고,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의를 저버린 오바마 행정부의 유화적 중동 정책에 일부 중동 지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지만, 지난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겼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유대인들의 불만이 민주당 후보의 패배 원인으로 분석됐다. 당선된 공화당의 밥 터너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대인 표를 의식, 이스라엘 정책을 주요 이슈로 삼았다. 페리는 이런 점을 감안, 연설 내내 오바마 대통령이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지위 획득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위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유엔 정회원국 지위 신청을 “외교적 재앙”이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버스 밑으로 처박고 협상을 훼손해온 오바마 행정부 정책의 정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뉴욕주 보궐선거에서 일격을 당한 오바마 캠프도 유대인 표심잡기에 적극 나섰다. 민주당 전국 위원회는 이번 주 초부터 유대인 단체와 후원자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는 공화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도 일찌감치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신청에 대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뉴욕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을 갖고 다시 한번 유엔 정회원 신청 포기를 요청했다. 그의 요청을 받아들일 리는 없지만, 그런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