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여전히 ‘표류’… 울산시, 기존 물길 변경안 정부에 다시 제안

입력 2011-09-21 17:58

울산시가 정부정책 등으로 인해 물속에 잠긴 채 부서져 가고 있는 국보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기 위해 다시 나섰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원형보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구대암각화의 보존방안으로 기존 물길 변경안을 정부에 다시 제안했다.

물길 변경안은 반구대 암각화 상류 쪽에 새 물길을 만들어 반구대 앞을 지나는 대곡천 물길을 멀리 돌려보냄으로써 침수를 원천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울산에 운문댐의 물을 공급하려는 정부의 맑은 물 공급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수 없게 됐다”며 “물길을 돌리는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박 시장은 이와 함께 암각화 앞쪽에 차수벽이나 생태둑을 설치해 침수를 막는 방안도 대안으로 함께 제시했다.

이들 방안은 빠른 시간에 암각화의 침수를 방지할 수 있는데다 예산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상변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향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정부에 건의했으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아직도 사연댐 수위 조절(댐 높이를 60m에서 52m로 낮춤)을 고집하고 있지만 울산시는 제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수요량 33만㎥을 울산지역 댐에서 모두 확보하지 못해 낙동강물 6만㎥을 보태고 있는 와중에 사연댐은 수위가 얕아지면 남은 물도 조류가 발생해 상수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연구소의 문명대 자문위원은 “최근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2015년쯤이면 이미 암각화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당장 보존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동국대 교수로 재직 중 1971년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해 학계에 처음 보고했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김창준 문화재보존국장은 “물길을 바꾸면 반구대 암각화의 주변 환경도 달라져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하고 원형 보존이 어려워 울산시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