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욱] 줄기세포 연구에 새 봄이 시작됐다
입력 2011-09-21 17:46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엄동설한의 모진 추위는 가고 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황우석 사태 이후 기나긴 추위를 감내해야 했던 우리들에게 해빙의 몇몇 소식은 재도약을 위한 희망의 빛이다.
2세대 세포치료제가 핵심과제
최근 세계 최초로 심근경색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한국에서 탄생했다. 또한 국내 연구의 맏형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세계 표준화가 된 분화 원천기술을 개발하며 올해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들을 감지한 듯 이번엔 대통령이 나서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라디오 연설에서 “내년 정부는 줄기세포 연구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비 규모는 금년(601억원) 대비 크게 증가된 액수다. 줄기세포 연구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여 줄기세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왔지만 세계 10위권을 맴도는 국가 연구비로는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제 연구비도 많이 늘었으니 그만큼 국가경쟁력도 증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 가 보면 기초 기반 연구, 임상 원천 연구 등을 주로 발표한다. 그리고 이런 연구 내용은 파급효과가 큰 우수 논문이나 특허로 이어진다. 우수 내용은 국제 학회에 초청되어 국가 연구의 우수성을 알리게 되며 노벨상 등에 도전하기도 한다. 만들어진 원천 특허는 기업에 이전되어 이를 산업화한다.
기초·원천연구에도 관심둬야
반면 후진국에서는 주로 응용 연구들이 많이 발표된다. 줄기세포를 넣어주니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등 비과학적인 발표가 많다. 과학에 기반을 두지 못하니 재현성에 문제가 있고, 활용과 파급효과도 적다. 국제 학회에서는 웃음거리가 되고 좋은 논문이 없으니 연구 내용을 발표할 기회도 없다. 결국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만족하는 연구에 머문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행여 우리의 연구비가 산업화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후진국 형태의 연구 지원에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번 대통령 조찬 모임에 기초, 원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배제되었다는 것도 우려의 목소리로 들린다. 정부 연구비의 역할은 기업 연구비의 역할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연구 내용은 어떻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일천한 역사 속에서 치료제를 만들다 보니 우선 효과보다는 안전성이 좋은 성체줄기세포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의 치료효과는 많은 경우 병든 세포를 직접 대체하기보다 분비물질에 의해 병든 환경을 좀 나아지게 하는 간접효과다. 앞으로는 줄기세포에서 만든 건강한 세포로 병든 세포를 직접 교체하는 강력한 효능의 제2세대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배아줄기세포는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성체줄기세포도 복합 치료법 등으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한편 사람 체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려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가 있다. 환자로부터 줄기세포를 직접 만들 수 있어 인간 질병의 연구, 신약개발 등에 당장 활용이 가능하다. 연구가 더 진전되면 미래 맞춤형 세포치료제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필자는 한·중·일 3개국이 아시아 역분화 줄기세포 은행을 만들고 기술을 공동 개발하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제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새 봄은 시작되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 합리적으로 분야를 선정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해 줄기세포 선진국으로 재도약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동욱(연세대 의대 교수·교과부 세포응용 연구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