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술 마시는 대학

입력 2011-09-21 17:42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교육정보 서비스업체 ‘프린스턴 리뷰’는 1992년부터 여러 분야의 미 대학 순위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입학 난이도, 장학금과 등록금 수준, 교수진 경쟁력 등 60개가 넘는 분야 가운데는 ‘파티 스쿨(party school)’ 랭킹도 포함돼 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알코올과 약물 노출 정도를 지표화해 순위를 정한다. 올해는 오하이오대가 1위를 차지하며 전년도 1위였던 조지아대와 자리바꿈을 했다. 3∼5위에는 미시시피대, 아이오와대,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가 포진했다.

거의 매년 20위내에 이름을 올리는 대학 가운데는 내로라하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 동부 명문 사립 시러큐스, 명문 주립대인 위스콘신과 플로리다, 텍사스 대학 등도 들어있다. 조지아대는 시내에 야외 왜건 파티를 할 수 있는 큰 시설이 갖춰져 있다. 위스콘신대는 1인당 술집 수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단이 발표되면 대학 당국은 온통 신경을 곤두세운다. 날라리 대학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순위 선정의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숙사·동아리에 주류 반입 금지령을 내리거나 지자체와 공조해 대학가 술집 심야영업시간 등을 규제하는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최근 대학가 음주를 경고하는 기고를 워싱턴포스트에 실었다. 다트머스대는 파티 스쿨 랭킹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김 총장은 미 대학생들의 알코올 남용이 지난 30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미 대학생 중 40%가량이 폭음하고 있으며, 해마다 2000명이 음주와 관련된 각종 사고로 숨지고 60만명이 다친다고 소개했다. 1993년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일부 대학에서는 70%의 학생이 폭음 습관을 고백했다. 또 흑인이나 아시아계보다 백인, 종교인보다 비신앙인, 비흡연자보다 흡연자가 폭음 습관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의 폭음 문제는 미국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각 대학은 술을 자제하는 회식·축제 문화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회나 동아리 차원에서 교칙에 절주를 명문화하려는 움직임 등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