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發 악재에 수출 ‘빨간불’… 내수도 기대 못해

입력 2011-09-21 18:31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다는 잿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은 앞 다퉈 우리 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다. 일부는 내년에 잠재성장률(4% 안팎)에도 못 미치는 3%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경제 침체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물가, 가계부채라는 덫이 발목을 잡고 있다.

◇‘내리기 경쟁’ 시작=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의 성장률 하향조정을 ‘내리기 경쟁’으로 표현했다. 하방 리스크(downside risk)가 커지고 있고, 차츰 세계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 기관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일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4.0%, 내년 4.0%로 수정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내년은 0.5% 포인트나 낮췄다. IMF는 “선진국은 국가채무, 금융시장 불안 등이 당초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다”며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IMF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4.0%, 내년은 4.4%로 예측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의 성장률 하향 전망에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 올해보다 내년에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위기가 실물로 빠르게 전이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경제에 대해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내수는 역부족이며,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기영 소장은 “내년에는 금융 불안이 지속되며 실물경제도 냉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유보적 입장이다. 분명히 하방 리스크는 커졌지만 재정위기가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로 전이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재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 중반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4.8%로 봤지만 소폭 내렸다.

◇수출·내수 날개 꺾다=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경제 전망을 ‘둔화’가 아닌 ‘저성장’으로 본 배경에는 수출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성장 동력인 수출의 증가세가 확연하게 위축된다고 본 것이다.

불안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8억2000만 달러 흑자에 불과했다. 7월 63억2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급감했다. 수출이 7월보다 40억1000만 달러나 감소한 탓이 컸다.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무역수지가 42억 달러 적자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액정디바이스는 7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내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하방 위험뿐만 아니라 내수에도 위기 요인이 있다”고 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그룹은 가계부채에 따른 가계소비 부진을 지목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에는 고용회복세 둔화,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찬희 고세욱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