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보다 자존심… 유럽연합·美, 中 시장경제 지위 인정하지 않을 듯
입력 2011-09-21 18:30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선진국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배짱이다.
카렐 데휘흐트 EU 통상담당위원은 이날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 경제는 많은 부분에서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경제의 개방성과 중국 경제의 폐쇄성이라는 근본적인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는 중국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 역시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은 통화 정책에 있어 시장에 더 많은 자율성을 허락해야 한다”며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 지원 조건으로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요구해 왔던 중국은 EU와 미국 태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국무원 상무부 대변인인 선단양(瀋丹陽)은 “EU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척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1일 신화통신은 전했다. 선 대변인은 그럼에도 이와 별개로 EU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채무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될 뿐 아니라 보유한 외환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EU와 미국에 줄기차게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4일 랴오닝(遙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EU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친구로서의 성의표시”라고 EU를 압박했다. 지난 5월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에게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