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6년 독도 해류조사는 ‘쇼’… 日 자극 안주려 ‘눈치’ 관측선 정박도 안해

입력 2011-09-21 18:20

2006년 7월 5일 실시된 우리나라의 독도 해류조사가 일본의 눈치를 본 ‘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1일 공개한 2006년 7월 5일 주한 미대사관 외교문건에 따르면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미대사에게 “일본과의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신속한’(rapid) 조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일 관계는 독도문제로 인해 극도의 긴장상태였다. 4월 일본이 독도 주변에서 수로 측량을 계획하자 우리 정부는 무력충돌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일본이 계획을 취소하면서 다소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우리 정부가 해류조사를 실시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됐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사는 처음부터 일본 측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나섰던 해양관측선 해양2000호는 10노트(시속 18.52㎞)의 속도로 ‘분쟁 수역’(독도 주변 수역)을 지나갔다. 보통 관측선은 조사를 위해 정박하거나 매우 천천히 다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해류조사에 대해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수준의 대응을 했다. 문건은 “배가 분쟁 수역에서 나간 상태라 문제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고 기록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 관측선은 분쟁 수역에 2시간 미만으로 머물렀던 것 같다”면서 “한국 정부가 계획을 바꿔 조사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 빠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확고하다”면서 “일본도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 장관은 버시바우 대사와의 만남 말미에 “일본과의 불필요한 갈등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조용한 협의’를 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