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이석연 “살해 협박에도 수도 이전 저지… 후보단일화 관심없어”
입력 2011-09-21 15:42
시민운동계의 맞수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21일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변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기성 정당 입당을 거부한 채 ‘시민후보’를 자처한 두 사람의 가세로 이번 보선은 전통적인 정당 대결 구도가 아닌 여야 및 시민사회세력 간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안철수 돌풍’을 통해 확인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시민후보 지지로 연결된다면 각 정당은 향후 엄청난 변혁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이 전 처장, 민주당 후보와 박 변호사의 단일화 여부, 또 두 사람이 각기 진영의 최종 단일 후보로 선정될 경우 기성 정당에 편입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처장은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후보 추대식에서 수락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인 수도를 옮기는 데 찬성하고 주도했던 사람들과 다시 한번 맞서 서울을 살리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합의해 수도이전법을 만들고 실행 직전까지 갔을 때 살해 협박을 무릅쓰고 법조인으로서는 마지막 수단인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면서 “수도 이전을 무산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길이 끝나는 곳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했고, 그런 시대적 전환점에서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2003년 12월 국회는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고, 이 전 처장은 이듬해 제기된 위헌 소송의 변호인으로 활약했다. 그는 “당시 서울 이전을 막았다고 저를 ‘5적(敵)’의 하나로 규탄했던 사람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몸담던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센터(당시 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가 해당 판결을 2004년 5대 ‘걸림돌 판결’의 하나로 선정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이 전 처장이 ‘수도 이전’ 문제를 앞세워 등장한 것은 당시 수도이전특별법에 찬성했던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 표심을 파고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전 처장은 22일 또는 23일 중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초미의 관심사인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한나라당과의 관계에 관심 없고 제 길을 가겠다”고 했다.
추대위원 자격으로 격려사를 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기성) 정당이 자기 개혁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끝까지 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거들었다.
이 전 처장은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보수층 표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여의도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에 실망한 보수층 표심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후보 단일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이 전 처장은 다양한 이력과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며 “반면 한나라당 유력 주자인 나 최고위원은 악재가 터질 경우 만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성품에 역경을 딛고 일어선 만큼 중도층이나 서민층으로의 지지층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조직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형 선거판이라 그가 기성 정치권의 한계를 뛰어넘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편 나 최고위원은 2004년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것이 새삼 논란이 되자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행사 내용을 모르고 갔다”고 해명했다. 나 최고위원은 23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